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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님의 시를 잘 모르다가 우연히 BTS RM 의 인스타에 올려진 시라는 포스팅을 보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시 역시 누가 읽느냐에 따라 관심도 가고 유명해지기도 하나 봅니다. '질투는 나의 힘' 전문 올려봅니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 시 감상
시를 읽고 나니 마지막 싯구절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남의 말 같지 않고 20대 젊은 날의 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야말로 사랑을 쫓았지만 한번도 자신을 제대로 돌아본적이 없음에 이 시는 정말 저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세상이 아닌 저를 만나는 시간들을 길게 가졌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러한 자세들이 저를 시나브로 편안하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기형도 시인님의 시가 왜 유명한 지, 처음 만나보는 시임에도 단숨에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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