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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art talk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의 편지글

by 토크바닐라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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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 가슴이 얼마나 아프고 아려올까요? 이 책은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오랜 파트너였던 최고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을 떠나보낸 피에르 베르제의 이별에 관한 편지글입니다. 덤덤하게 쓰인 글이지만 읽을수록 가슴이 저며오는 짜릿한 통증이 있어요. 오늘은 <나의 이브생  로랑>에게 책 소개해봅니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 피에르 베르제 지음


나의-이브생로랑-에게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이브 생 로랑('1936~'2008)은 우리가 아는 그 이브 생 로랑 맞아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이며, 명품 생 로랑의 설립자로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로 평가받은 분이죠. 그의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패션, 가방, 향수, 슈즈 등 어느 것 하나 멋스럽지 않은 것이 없죠. 특히 YSL이 연달아 겹쳐져 이어진 그 반짝이는 로고가 참 멋진데요, 이 책은 그런 이브 생 로랑을 떠나보낸 그의 영원한 파트너었던 피에르 베르제가 지은 책입니다.

 

피에르 베르제('1930~'2017)는 1930년 프랑스 올레옹섬에서 태어났어요. 문학에 흥미가 많아서 장 지오노, 장 콕토와의 만남으로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았죠. 1958년 이브 생 로랑과의 만남 이후, 1961년 패션회사를 설립하여 1999년까지 운영했어요. 또한 아테니-루이 주베 극장을 운영하면서 연극도 제작했고 콘서트도 기획했지요. 

 

 

피에르-베르제-지음
피에르 베르제 지음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 파리의 아침은 얼마나 맑고 싱그러웠는지. 당신은 인생의 첫 전투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첫 문장의 이 편지글은 베르제가 먼저 떠난 이브 생 로랑을 향한 추도문으로 시작돼요. 그리고 이어지는 편지글은 그를 향한 그리움과 존경, 사랑과 아픔이 한가득 담겨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존경하면 이런 글이 나올까요? 섬세한 글들이 마치 소설 속 배경을 설명하듯 써 내려져있어서 읽으면서 생생한 그 시절의 느낌들이 떠 올라요. 마치 얼마 전 읽었던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읽는 것 같달까요? 아티스트들은 그림을 그리던 글을 쓰던 그 짜릿한 감각은 숨길 수 없나 봅니다. 글을 읽으면 바스락 거리는 파의 거리와 슬픔이 숨 쉬는 공간에 가득 찬 것 같아요.

 

 

책-후기
책 후기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후기

 

이 책은 일 년 동안 베르제가 쓴 기록들이 날짜별로 실려있어요. 아무래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글이다 보니 조금 쓸쓸하고 감기 든 듯 으스스한 추위가 감돌아요. 그래도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사업적인 부분에서의 역경을 함께 일궈낸 기록들이 있어서 마냥 쳐지거나 한 것은 아니고요.. 고요하고 진지하게 읽힙니다.

 

한편으론 패션업계에 종사하시거나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나는 늘 이 일이 너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빠르게 변하는 업계의 성향에 네가 고통받고 있다고, 너는 그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같은 사업적 고뇌의 글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들이 끊임없이 나오거든요.

 

뼛속까지 디자이너고 예술가인 이브 생 로랑에게 베르제는 얼마나 든든한 사업적 파트너였을까요? 결국 무엇이든 큰 것을 일군 사람의 옆에는 훌륭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느껴지게 된달까요.

 

너의-다정함-너의-부드러움
너의 다정함, 너의 부드러움..

 

 

누군가가 떠나도 그가 남긴 작품들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는 추억과 영향이 오래 남아있잖아요? 그리고 역사의 후세들도 그들의 자취를 따라가며 배우고 더하여 발전시키며 그렇게 한 걸음씩 진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저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만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여성성을 발전시키는 한편 에로티즘이라는 걸림돌을 치워버렸지. 그러므로 이브, 너는 샤넬과 더불어 패션계의 유일무이한 천재였어.' 

 

베르제는 로랑을 열렬히 응원하고 믿어주었어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설령 그가 힘이 빠지고 형편없는 실적을 내더라고 누군가가 믿어준다면 그는 힘든 순간을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을 거예요.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고, 그 믿음이 강할수록 발자취와 뿌리는 더욱 깊어지니까요.

 

 

편지글-형식
편지글 형식

 

50여 년에 걸친 사랑과 존경심을 담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실패와 성공, 번민과 찬탄을 오가는 한 사람의 시선에 담긴 생애가 올 곳이 담긴 이 책을 읽고 삶에 대한 묵직한 경외감이 남습니다.

 

정현종 님의 '방문객'이란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온다는 것,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그것은 그의 삶과 내 삶이 온전히 공유되는 것, 그래서 결국은 다르지만 어쩌면 같은 삶일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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